지난 일주일은 정말 느슨했다.
가족 중 둘이
서울에 가 있으니
내 역할에서 해방된 듯
지후와 둘이서
저녁도 시켜 먹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각자 하고 싶은 것하고
(그래 봤자 이지후는 책 보는 것)
씻고 자고
정말 느슨했다.
집도 잘 안 치웠다.
둘이서 생활하니 어지럽혀지는 게 없고
먼지도 안 탔다.
그대로가 괜찮았다.
어제저녁.
느슨함과 작별하고
다시 내 알찬 루틴으로 꽉 채우고 싶어
PDS 다이어리를 썼다.
그리고 나의 계획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로 이어졌다.
내가 느슨해지면
아이들도 덩달아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하면 아이들도 하고
내가 안 하면 아이들도 안 한다.
하.. 이러니
다시 다잡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의 하원 후
매일의 할 일을 다시 계획했다.
매일의 할 일은
집중해서 하면 10분이면 끝나는 것이다.
ORT 1개, - 5분 내외
수학 10문제 풀기 – 5분 내외
수학이라고 해봤자
ex 5x8 =
한 문제에 이런 식이니
수학 아니고 산수다.
수학 10문제라니!!! ㅋㅋ
2학년 들어 생애 처음 수학 문제집을
샀을 때는 의기양양하게
하루 수학 3장 풀기로 했다가
난리였다.
너와 내가 싸우고 삐지고
눈 흘기고 난리..
그래서 하루에 1장으로 줄였다가
1쪽 이었다가..
결국 안 하게 됐다..
수학 아니, 산수 10문제는
1쪽을 3일 정도 걸려서 하겠다는 거다.
나의 이런.
너에게 너무나 맞춘 계획을
야심 차게 얘기했는데
갑자기
공부를 왜 해야 하냐면서
선생님이 선행은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내가 수학을 왜 매일 풀어야 하냐면서..
입이 저기까지 마중 나와
따지기 시작하는데..
나는 그 어떤 것의 끈을 놓고
폭군이 빙의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를 한 시간씩 붙잡고 공부한대?
고작 10분이야!!
하루에 고작 10분도 루틴을 안 만들겠다고?
니가 그래서 무슨 유투버를 하고
기업가를 한다고?
뭐? 외국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싶고
서울대를 가겠다고?
야!! 니가 노력도 안 하면서 그런데 갈 수 있을 것 같아?
유투버는 놀면서 하는 줄 알아?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 하는데!!
엄마가 너한테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하는데
이게 아주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
서울로 다시 이사 갈까?
서울에서 학교 끝나고 매일
학원 몇 군데씩 다니고
매일매일 학원 갔다 늦게 오고
그렇게 해야겠다!!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마
수영을 다녀서 뭘 하고
영어는 해서 뭐해
랜디(영어 과외 선생님) 그만해
앞으로 AI가 따라다니면서 번역 해줄껀데
영어는 왜 배우냐?
안 배워도 살 수 있어.
(수영 좋아하고, 랜디 좋아함.
절대 하기 싫은 학원은 안 다니는 아이!!)
잘됐네
이참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다 때려쳐.
해외 한 달 살기는 왜 하는데?
엄마가 비싼 돈 들여 너 여기저기
경험하게 해주려고
다른데 돈 안 쓰고 열심히 모아서
그런 거 하는 거지
가고 싶다고 다 가는 줄 알아??
이렇게 간단한 것도 안 하겠다고
최소한의 것도 안 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거 비싼 거 해서 뭐해
하지마!!!!!!
지금 하는 것 도 다 때려쳐!!!!!! ◀
길게 장황하게
아이를 협박했다..
힘으로 눌렀다..
자면서 너무너무 후회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또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하루 10분도 그걸 안 하겠다니..
여기 학교는 시험도 안 보지만
시험 때만 벼락치기 해서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님을..
내가 그렇게 하면서
커보고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매일매일 조금씩 하는 습관을 들여 주고 싶다.
영어 하루 5분
수학 하루 10문제.,. 아니 산수..
이게 그렇게도 과한 것이란 말인가.
나머지는 너 하고 싶은 거.
방학 때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영어 하루 5분
수학 문제집 1장(방학이라 조금 늘어남)
나머지는 너 맘껏 놀기.
이지후는 정상일 것이다.
공부하자고 하면 발끈하는 게
정상 아닌가?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 엄마는 나더러 공부하라고 안 하셨다.
늘 일하느라 바쁘셨다.)
내가 화가 나는 건 나 때문이다.
지후가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따져 물었을 때
내가 제대로 대답을 못 해준 것..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해서 그 상황을 마무리한 것..
그게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다.
공부 왜 하죠?
하고 따져 물었을 때
내가 조곤조곤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이가 납득 하게끔 말해줄 순 없는 건가..?
아니 물론 말해줄 수 있겠지.
내 머릿속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정확한 기준이 세워져 있었더라면..
나의 무지함과
막무가내에 화가 난다..
나 먼저 공부를 해야겠다.
이것저것 책을 찾아 읽어보고.
지후가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묻는 것에 대해
조곤조곤 대답해 주고 싶다..
내가 화난 건 나 때문이었다..
그래 나의 부족함이 화가 났던거여..
글을 쓰니 알겠다.
문득
며칠전
바나바나 블로그에 올라왔던
최재천의 공부
란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이 다시 정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이야기해줄 수 있을 때
그때 아이와 공부를 같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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