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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제

어제도 폭군이었다.

by hooho1619 2024. 11. 18.

 

 

지난 일주일은 정말 느슨했다.

가족 중 둘이

서울에 가 있으니

내 역할에서 해방된 듯

지후와 둘이서

저녁도 시켜 먹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각자 하고 싶은 것하고

(그래 봤자 이지후는 책 보는 것)

씻고 자고

정말 느슨했다.

 

집도 잘 안 치웠다.

둘이서 생활하니 어지럽혀지는 게 없고

먼지도 안 탔다.

그대로가 괜찮았다.

 

여유로운 저녁 산책도 즐김.

 

 

 

어제저녁.

느슨함과 작별하고

다시 내 알찬 루틴으로 꽉 채우고 싶어

PDS 다이어리를 썼다.

 

그리고 나의 계획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로 이어졌다.

 

내가 느슨해지면

아이들도 덩달아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하면 아이들도 하고

내가 안 하면 아이들도 안 한다.

.. 이러니

다시 다잡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의 하원 후

매일의 할 일을 다시 계획했다.

 

매일의 할 일은

집중해서 하면 10분이면 끝나는 것이다.

 

ORT 1, - 5분 내외

수학 10문제 풀기 5분 내외

 

수학이라고 해봤자

ex 5x8 =

한 문제에 이런 식이니

수학 아니고 산수다.

 

수학 10문제라니!!! ㅋㅋ

 

 

2학년 들어 생애 처음 수학 문제집을

샀을 때는 의기양양하게

하루 수학 3장 풀기로 했다가

 

난리였다.

너와 내가 싸우고 삐지고

눈 흘기고 난리..

 

그래서 하루에 1장으로 줄였다가

1쪽 이었다가..

결국 안 하게 됐다..

 

수학 아니, 산수 10문제는

1쪽을 3일 정도 걸려서 하겠다는 거다.

 

 

 

엄마... 이런걸 원하시나요? 귀염둥이 서호의 셀카놀이 ㅋㅋ.

 

 

 

 

나의 이런.

너에게 너무나 맞춘 계획을

야심 차게 얘기했는데

 

갑자기

공부를 왜 해야 하냐면서

선생님이 선행은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내가 수학을 왜 매일 풀어야 하냐면서..

입이 저기까지 마중 나와

따지기 시작하는데..

 

 

 

나는 그 어떤 것의 끈을 놓고

폭군이 빙의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를 한 시간씩 붙잡고 공부한대?

고작 10분이야!!

하루에 고작 10분도 루틴을 안 만들겠다고?

 

니가 그래서 무슨 유투버를 하고

기업가를 한다고?

? 외국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싶고

서울대를 가겠다고?

!! 니가 노력도 안 하면서 그런데 갈 수 있을 것 같아?

 

유투버는 놀면서 하는 줄 알아?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 하는데!!

 

엄마가 너한테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하는데

이게 아주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

서울로 다시 이사 갈까?

서울에서 학교 끝나고 매일

학원 몇 군데씩 다니고

매일매일 학원 갔다 늦게 오고

그렇게 해야겠다!!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마

수영을 다녀서 뭘 하고

영어는 해서 뭐해

랜디(영어 과외 선생님) 그만해

앞으로 AI가 따라다니면서 번역 해줄껀데

영어는 왜 배우냐?

안 배워도 살 수 있어.

(수영 좋아하고, 랜디 좋아함.

절대 하기 싫은 학원은 안 다니는 아이!!)

 

잘됐네

이참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다 때려쳐.

해외 한 달 살기는 왜 하는데?

 

엄마가 비싼 돈 들여 너 여기저기

경험하게 해주려고

다른데 돈 안 쓰고 열심히 모아서

그런 거 하는 거지

가고 싶다고 다 가는 줄 알아??

 

이렇게 간단한 것도 안 하겠다고

최소한의 것도 안 하겠다고 하는데

다른 거 비싼 거 해서 뭐해

하지마!!!!!!

지금 하는 것 도 다 때려쳐!!!!!!

 

 

 

자주등장 ㅋㅋ

 

 

 

 

길게 장황하게

아이를 협박했다..

힘으로 눌렀다..

 

 

자면서 너무너무 후회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또 피가 거꾸로 솟는다.

 

하루 10분도 그걸 안 하겠다니..

여기 학교는 시험도 안 보지만

 

시험 때만 벼락치기 해서 하는 공부는

공부가 아님을..

내가 그렇게 하면서

커보고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매일매일 조금씩 하는 습관을 들여 주고 싶다.

영어 하루 5

수학 하루 10문제.,. 아니 산수..

 

이게 그렇게도 과한 것이란 말인가.

나머지는 너 하고 싶은 거.

 

방학 때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영어 하루 5

수학 문제집 1(방학이라 조금 늘어남)

 

나머지는 너 맘껏 놀기.

 

 

 

 

 

이지후는 정상일 것이다.

공부하자고 하면 발끈하는 게

정상 아닌가?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 엄마는 나더러 공부하라고 안 하셨다.

늘 일하느라 바쁘셨다.)

 

 

 

내가 화가 나는 건 나 때문이다.

지후가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따져 물었을 때

 

내가 제대로 대답을 못 해준 것..

윽박지르고 화내고

협박해서 그 상황을 마무리한 것..

그게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다.

 

공부 왜 하죠?

하고 따져 물었을 때

내가 조곤조곤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아이가 납득 하게끔 말해줄 순 없는 건가..?

 

아니 물론 말해줄 수 있겠지.

내 머릿속에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정확한 기준이 세워져 있었더라면..

 

나의 무지함과

막무가내에 화가 난다..

 

나 먼저 공부를 해야겠다.

이것저것 책을 찾아 읽어보고.

지후가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묻는 것에 대해

조곤조곤 대답해 주고 싶다..

 

내가 화난 건 나 때문이었다..

그래 나의 부족함이 화가 났던거여..

글을 쓰니 알겠다.

 

문득

며칠전

바나바나 블로그에 올라왔던

최재천의 공부

란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이 다시 정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이야기해줄 수 있을 때

그때 아이와 공부를 같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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