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키우면서 깨달았다.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을.
지후 말투가 퉁명스럽다면
그 원인은 나였다.
나는 늘 퉁명스런 내 말투를 고치고 싶다.
서호가 어린이집에서
매 맞는다!!
했던건..
나 때문이다.
집에서 내가 서호에게 그렇게 보여줬기 때문에.
아이 둘 키우면서
너무나 나에 대해서 까발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잘되든 못되든
그 원인은 부모였다.
부모님은 잘 먹고 살기 위해 늘 바쁘셨고
우리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늘 애쓰셨고
그 와중에 사랑을 주셨다.
바빠서
본인이 힘들어서
또는 사랑을 어떻게 주는지 잘 몰라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부모님은 우리를 키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나도 그렇게 보고 배우며 자랐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게 아닐까.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이 자연스럽게 라는 말이.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며 자란 나일 것이다.
그래서 나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내가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아직 백지 속에 나라는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내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나로 인해 다른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질 순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아이들 일거수일투족의 원인까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저
지금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제때 먹을 것을 챙겨주고
그리고 내가 제일 아이들의 원인이 되고 싶은 건
바로 생각이다.
인격은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가 추가되면서 형성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재료가 바로 생각이다.
내가 하는 생각이.
곧 내가 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르게
또는 엉뚱하게
또는 재미있게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나의 생각을 고수할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내가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를 추가해 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
그리고 여건이 되는 한
매년 해외 한 달 살아보기.
그게 안 된다면 새로운 것 경험해보기.
수많은 나라가 있고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라는 것을.
각각 다른 전통과 문화
생활방식이 있다는걸 알고.
시야가 넓어지기를.
그리고 작지만 강한 우리나라의 전통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제주로 이사를 왔나 보다.
그래서
들로 산으로 바다로 나가나 보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틀에 갇히기 십상이다.
오늘도 글을 쓰며
다시 한번 정신이 차려진다.
그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한 번씩 발을 헛딛거나
힘들어서 쉴 때
그때 한 번씩 발을 바로 잡아주거나
쉴 때 그 발을 지지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
정해놓은 사회의 틀에 갇혀
아이가 사다리 끝에 제일 1등으로 도착하게 하려고
위에서 머리를 잡고 끌어당기지 않기를.
오늘도 나는 다짐하고 다짐한다.
양질의 원인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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