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듣기 싫은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귀에서 피가 날까.
얼마나 듣기 싫다는 말인가 ㅋㅋ
이지후가 내 말을 들으면 그럴까? ㅠ
그런데 징그럽게도 말 안 듣는
그 아이한테 똑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나도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그렇다고 가만 놔둘 순 없지 않은가.
숙제해라.
응
(5분 뒤) 숙제해라 지후야
응 이것만 보고
(5분 뒤) 숙제했니?
아니
(5분 뒤) 숙제해라!!!!!!!!!!!!
이지후. 엄마가 몇 번 얘기했어!!!!
숙제부터 하라고!!!!
그러면 그제야
입이 대문까지 마중 나가서
세상 삐딱하게 앉아
숙제를 한다.
.
.
.
.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인데.
아이들에게 나는 그래서 매번
화난 엄마인가보다.
처음부터 화내지 않는다.
늬들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거지.
도대체 9살 아들은 왜 그러는 걸까..
한번은 숙제하라고 여러 번 말을 하다가
화내기 싫어서 놔뒀더니
다음 날 아침 학교 가기 5분 전에
미친 듯이 숙제를 한다.
수학 교과서 1장 푸는 숙제였는데
대충 봐도 반이 틀려있다.
아침에 급하게 하는데 잘 하는 게 이상하지.
그 꼴을 또 보고 있으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등짝 스매싱을 이미 날려도 부족하지만
참고.. 참는다.
도대체 9살 아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나는 이지후와
잘 지내는 방법이 없을까?
지후야 숙제부터 하고 놀까?
라고 말했을 때
네 엄마
라고 말하는 아이는 지구상에 없는 걸까?
나도 그랬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한테 불리한 기억은 잊혀진걸까..?)
적을 만드는 대화가 있고,
내 편을 만드는 대화가 있다는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지후와
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
남자아이들은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한쪽 귀로 들어와서
한쪽 귀로 흘러나가는 게 사실이라는데.
그래서 대답은 하지만
엄마가 뭐 하라고 했는지
알지 못한다는데.
뇌의 구조상
그러하니
그걸 이해하라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언제까지 이해해야 하지?
몇 년 동안 이해해야 하지?
그렇다면 그동안 쌓인
내 분노와 내 속에 쌓인
등짝 스매싱 날리고 싶은 감정들은
어떻게 해소하지?
왜 나만 이해해야 하지?
.
.
.
내가 저녁에만 반복하는 말들이
몇 가지 있다.
숙제해라
샤워해라
양치해라
정리해라
등등.
저 말들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가지씩 수행한다.
거기에 6살 이서호는 덤♡.
맨날 태권도와 싸움 놀이
주먹질 발차기 놀이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둘째.
아프다 아퍼ㅠ
나는 조용히 혼자 있고 싶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저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이래서
내가 오전에 혼자
책보고 글 쓰는 시간이
그렇게도 좋은가보다.
이렇게 극적으로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마치
이따가 일어날
전쟁과 같은 시간에
대비하듯이.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힘들다.
.
.
.
나도 이런데.
이지후 본인 나름대로는
또 고충이 있겠지?
귀에서 피가 난다 하겠지? ㅋㅋ
이번 주말에는
지후한테
왜 엄마가 한번 말하면 안 듣고
여러 번 말하고
마지막에 큰 소리를 내야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움직이는지.
도대체 왜!!
왜왜왜
왜 그래야만 하는지
왜 그러는 건지
물어봐야겠다
귀에서 피가 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지.
엄마 말을 듣는 너도 그러한지.
물어봐야겠다.
릴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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