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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제

귀에서 피가 난다.

by hooho1619 2024. 11. 25.

 

 

얼마나 듣기 싫은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귀에서 피가 날까.

 

얼마나 듣기 싫다는 말인가 ㅋㅋ

이지후가 내 말을 들으면 그럴까?

 

그런데 징그럽게도 말 안 듣는

그 아이한테 똑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나도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그렇다고 가만 놔둘 순 없지 않은가.

 

숙제해라.

(5분 뒤) 숙제해라 지후야

응 이것만 보고

(5분 뒤) 숙제했니?

아니

(5분 뒤) 숙제해라!!!!!!!!!!!!

이지후. 엄마가 몇 번 얘기했어!!!!

숙제부터 하라고!!!!

 

그러면 그제야

입이 대문까지 마중 나가서

세상 삐딱하게 앉아

숙제를 한다.

.

.

.

.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인데.

아이들에게 나는 그래서 매번

화난 엄마인가보다.

 

처음부터 화내지 않는다.

늬들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 거지.

 

도대체 9살 아들은 왜 그러는 걸까..

 

한번은 숙제하라고 여러 번 말을 하다가

화내기 싫어서 놔뒀더니

다음 날 아침 학교 가기 5분 전에

미친 듯이 숙제를 한다.

수학 교과서 1장 푸는 숙제였는데

 

대충 봐도 반이 틀려있다.

아침에 급하게 하는데 잘 하는 게 이상하지.

 

그 꼴을 또 보고 있으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등짝 스매싱을 이미 날려도 부족하지만

참고.. 참는다.

 

도대체 9살 아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나는 이지후와

잘 지내는 방법이 없을까?

 

지후야 숙제부터 하고 놀까?

라고 말했을 때

네 엄마

라고 말하는 아이는 지구상에 없는 걸까?

 

나도 그랬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한테 불리한 기억은 잊혀진걸까..?)

 

 

마음문 닫힘. 주의..

 

 

 

 

적을 만드는 대화가 있고,

내 편을 만드는 대화가 있다는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지후와

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걸까?

남자아이들은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한쪽 귀로 들어와서

한쪽 귀로 흘러나가는 게 사실이라는데.

 

그래서 대답은 하지만

엄마가 뭐 하라고 했는지

알지 못한다는데.

 

뇌의 구조상

그러하니

그걸 이해하라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언제까지 이해해야 하지?

몇 년 동안 이해해야 하지?

그렇다면 그동안 쌓인

내 분노와 내 속에 쌓인

등짝 스매싱 날리고 싶은 감정들은

어떻게 해소하지?

 

왜 나만 이해해야 하지?

.

.

.

 

내가 저녁에만 반복하는 말들이

몇 가지 있다.

숙제해라

샤워해라

양치해라

정리해라

등등.

 

저 말들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한가지씩 수행한다.

 

거기에 6살 이서호는 덤.

 

맨날 태권도와 싸움 놀이

주먹질 발차기 놀이로

나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둘째.

 

 

태!!!!!!권!!!!!!도!!!!!! ㅋㅋ

 

 

 

 

 

아프다 아퍼ㅠ

나는 조용히 혼자 있고 싶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저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이래서

내가 오전에 혼자

책보고 글 쓰는 시간이

그렇게도 좋은가보다.

 

이렇게 극적으로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마치

이따가 일어날

전쟁과 같은 시간에

대비하듯이.

 

내가 좋아하는 시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힘들다.

.

.

.

 

 

나도 이런데.

이지후 본인 나름대로는

또 고충이 있겠지?

 

귀에서 피가 난다 하겠지? ㅋㅋ

 

이번 주말에는

지후한테

왜 엄마가 한번 말하면 안 듣고

여러 번 말하고

마지막에 큰 소리를 내야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움직이는지.

 

도대체 왜!!

왜왜왜

왜 그래야만 하는지

왜 그러는 건지

 

물어봐야겠다

 

귀에서 피가 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지.

엄마 말을 듣는 너도 그러한지.

물어봐야겠다.

 

릴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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