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났다.
오랜만에.
몸이 안좋아서 병원에 다녀온다고.
그래서 약속 날짜가 며칠 미뤄졌다.
만나자마자
몸은 괜찮은지
병원에 잘 다녀왔는지
병원에서는 뭐라는지.
물었다.
임신이래
라는 말에.
야!! 뻥 치지 마!!!
했다......;;
정말 장난치는 줄 알았다.
너무 예상치 못한 대답 이어서.. ㅎ
그치만 조심스러운 말투와
행동에
금방
축하 모드로 바뀌었다.
어. 진짜.
진짜 진심을다해 축하해주고 싶었다.
유산 경험이 있는 그 친구는
지금 굉장히 무섭고
불안하고.
좋지만
긴장되는 시기일 것이다.
그렇게 말했고,
말투와
행동에서
너무나 그렇게 느껴졌다.
이번 임신이 확인되기까지도
처음에는 수치가 낮게 나와서
많이 울었다고.
그런데 지금은 수치도 높게 나오고
너무 기쁘다고.
신나게 밥을 먹고
차 마시러 가기 전
화장실에 다녀온 친구는
피가 비친다며
불안해했다.
우리는 얼른 헤어지기로 했다.
친구를 얼른 집으로 보냈다.
마음이 불편했다.
마치 내가 그런 것처럼.. ㅠ
한참 뒤에 전화가 왔다.
집에 가려다가 불안해서
병원으로 갔다고
유산 예방 주사도 맞고
피검사도 해서 수치 확인했고
아기집도 잘 있는 거 봤다고.
안심된다고.
내가 걱정하고 있을까봐
전화했단다..
잘했다. 정말 잘했고.
다행이다.
나한테 전화해주어서
고마웠다.
.
.
.
.
감사를 남과 비교해서 하면 안 되지만
사람은 어쩔 수 없나보다 ㅠ
괜히 지금의 내 상황이 감사해졌다.
나는 건강한 두 아들이 있지..
한 아이를 낳기 위해서
저렇게 불안해하고
소중히 하고
애지중지하는데.
그래도 중간에
헤어지기도 하는데..
나는 이렇게 건강한 아이가 둘이나
9년째
6년째
나와 헤어지지 않고
같이 있어 주니
얼마나 기적 같고
감사한 일인지...
평소엔 알지 못했다.
구구단 외우게 하기 바쁘고
한글 읽어보라고 하기 바쁘다.
존재 자체로 기뻐하고
사랑받던 때가 언제였지..?
덕분에
존재 자체에 집중해본다.
조건 없이 사랑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조건 달고
사랑하고
충족이 안 되면 미워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 누구에게
얼마나 만족할만한 조건이었던가.
그것도 아니면서.
친구와 헤어질 때
내년에 아기 잘 낳고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잘 붙들고 있으라고.
몸 잘 챙기라고.
크리스찬 이지만
다른 사람 기도는 잘 안하는데 (사이비.. ㅋㅋ)
어제는 계속
건강히 아기를 낳게 해달라고
많이 많이 기도했다.
나는 쉽게 얻었던 것들을.
힘들게 경험하는 친구를 보며.
내가 운이 좋았던 건데.
감사하지 못했구나.
생각이 든다.
존재 자체로 다시
아이들에게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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